‘열린음악회’를 다녀와서

아우내 장터에서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던 심정으로 ‘아름다운 강산’을 부르고…

8월 7일 독립기념관을 향해 가는 길은 모두다 승용차의 행렬로 줄을 이었다. 제49회 광복절을 기념해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큰마당에서 전국민 초청 KBS 열린 음악회가 오후 7시 30분부터 있기 때문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텔레비젼에서 열린음악회에 대한 예고방송을 보고 환상에 사로잡혀 가는 사람들로 가득했던 것이다. 이 얼마나 큰 위력인가. 방송매체가 인간에게 끼치는 막대한 영향력이 이처럼 실감나게 느껴지는 건 처음이었다.

집을 나설 때부터 막힐 것을 예상하고 3시간의 여유를 두고 출발했는데 예상은 여지없이 들어맞았다. 차를 세울 수 있게 생긴 곳은 죄다 주차장으로 이용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인근 고등학교 운동장까지 차들로 꽉 차 있었다.

해가 갈수록 관람객 수가 줄어들어 적자운영에 허덕인다는 독립기념관인데 이날만큼은 너무나 많은 사람들로 인해 사방에서 신음소기라 들리는 듯 했다. 이날은 독립기념관으로 집결한 5만여 민족이 겨레의 영광과 축복에 대해 노래를 매개체로 하여 일사분란하게 단결된 모습으로 결의대회를 치루고 나서 갖은 후련함을 모두 다 느꼈을 것이다.

광복절 특집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노래를 부른 가수들은 인근 마을인 아우네 장터에서 유관순 누나가 ‘대한독립만세’를 불렀던 심정으로 ‘아름다운 우리강산’을 부르고 ‘내나라 내겨레’, '조국의 찬가‘를 목청껏 불렀을까. 그들은 가수가 된 것에 적잖은 보람을 느꼈으리라.

다소 염려가 되는 것도 있었다. 아직 취사선택을 할 줄 모르고 자라는 어린아이들이 독립기념관이란 곳을 어른들이 보여준 그대로, 싸온 도시락을 까먹고 가수들이 노래를 부르는 느슨하고 흥청망청한 분위기로만 기억한다면 어쩌나 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마지막에 4절의 애국가를 부르면서 어린학생들 가슴속에도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는 끈끈한 물줄기가 자연스럽게 스미는 계기가 되었으면 했다.

“한 핏줄을 이어 받은 배달의 민족 영원히 빛나리”를 힘차게 부르면서 5만여 관중들은 이나라 이민족의 한 구성원임을 코끝이 찡하도록 느꼈겠지만 이날 도로위에서 올적 갈적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한 것을 빼고 나면 남는 것은 짜증과 졸음밖에 없더라나.

온양신문 기자  
“지역정신 온양신문”
- Copyrights ⓒ(주)온양신문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